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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수놓은 신비로운 오로라.
하늘을 수놓은 신비로운 오로라.
주로 고위도 지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엔 좀 다릅니다.
유럽과 북미 일부, 크림반도 등 남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요.
오로라를 만드는 태양 폭발이 유독 강력했기 때문이죠.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 오로라를 구경하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낸 태양 폭발이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데요.
그 강력함이 불러올 무시무시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도 지구처럼 자전을 합니다.
하지만 지구와는 달리 유체 형태이기 때문에 적도와 고위도의 회전속도가 다릅니다.
적도가 고위도보다 훨씬 빠르죠.
자전 속도 차이는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 자기장이 태양의 열대류 운동을 방해하면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는 부분이 형성되는데,이게 흑점입니다.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가장 많아졌다가, 가장 적어지길 반복합니다.
흑점이 많아지는 극대기에 태양은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합니다.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플레어는 핵무기 1개 위력의 100만 배에 달하는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X선과 자외선을 내뿜고요,
태양 대기 가장 바깥 부분인 코로나의 플라스마와 자기장 방출도 평소보다 강해집니다.
이렇게 분출된 물질들이 우주로 흘러가는 것을 태양풍이라고 하는데요.
평균 속도 초속 450km 정도인 태양풍이 극대기에는 750km가 넘는 태양 폭풍이 됩니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볼라벤의 최대 풍속이 51m/s였던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속도죠.
이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으로 들어와 대기의 산소 분자와 충돌하면 빛을 내는데, 이게 바로 오로라입니다.
미 항공우주국과 미 해양대기청, 그리고 국제우주환경청은 오는 2025년 7월에 흑점 개수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흑점 개수가 평균 179개에 크게 못미치는 약 115개로, 상대적으로 약한 극대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예측,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오히려 더 빠르고, 더 강한 극대기가 시작된 겁니다.
심지어 20년 만에 가장 강력하다는데요.
예상보다 1년 반 정도 빠른 2024년 초에 184개로 정점을 찍고 2027년까지 지속될 전망입니다.
태양활동 극대기는 우주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피해는 생각보다 큽니다.
태양에서 분출된 에너지는 강력한 태양 폭풍을 타고 지구 대기권에 영향을 주는데요.
인공위성의 궤도를 교란시키고 장거리 무선 통신을 방해해 스마트폰, GPS 등 각종 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전력망 손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재산 피해를 낼 수도 있죠.
우주비행사들이나 극지방 항로를 비행하는 항공기 탑승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고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는 지금 엘니뇨를 겪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뜨거운 지구인데, 태양 활동 에너지까지 더해지면 지구 기온 상승에 박차를 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고래나 철새처럼 지구 자기장에 의존해 이동하는 동물의 방향 감각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태양 폭발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우주전파환경 경보도 눈에 띄게 급증했고, 얼마 전 남부 지역에서 관측된 오로라도 그중 하나죠.
태양 에너지를 인간이 물리적으로 막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 활동을 더 자주, 더 정확하게 예측해 관련 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극대기 강도 예상이 빗나간 이유도 관측 장비의 양과 질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인 협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내외 기관이 관련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신기술 개발에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자연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구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